시편 120편 배경지식: 성전에 오르는 노래의 시작, 거짓 혀와 메섹·게달

시편 120편은 ‘성전에 오르는 노래’(쉬르 하마알롯, 시 120–134) 모음의 첫 문입니다. 119편이 토라 경건을 알레프부터 타우까지 펼쳐 보였다면, 120편은 그 말씀을 붙든 신자가 실제로 길을 나설 때 맞닥뜨리는 현실—거짓된 혀, 낯선 거처, 평화를 거스르는 분위기—부터 노래를 시작합니다. 절기는 기쁨의 목적지로 향하지만, 출발점은 종종 고통 중의 부르짖음입니다.

표제 ‘성전에 오르는 노래’에 대해서는 여러 설명이 공존합니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는’ 순례길의 노래, 성전 구역의 층계·행렬과 연결된 전례, 포로 이후 회복된 예배를 향한 공동체의 갈망 등이 대표적입니다. 어느 한 이론만 절대화하기보다, 이 모음이 시온을 향한 이동과 예배 공동체의 희망을 함께 품는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120편이 모음의 맨 앞에 놓인 이유는 분명합니다. 순례의 노래는 도착의 환호만으로 시작하지 않고, 길 위에서 듣는 거짓과 적대 한가운데서 야훼께 부르짖는 자리부터 열리기 때문입니다.

시는 짧지만 구조가 선명합니다. 1–2절은 고통 중의 호소와 응답의 틀입니다. “내가 곤고한 중에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내게 응답하셨도다.” 이어서 시인은 거짓된 입술과 궤사한 혀(레숀 미르마)에서 건져 달라고 빕니다. 여기서 위기는 먼저 칼과 성벽이 아니라 언어입니다. 고대 사회에서 중상과 모략, 왜곡된 말은 사람을 공동체 밖으로 밀쳐 내는 무기였고, 시편은 그 상처를 신학적 문제로 끌어올립니다. 말은 마음의 드러남이며, 언약 백성의 입술은 진리와 평화를 향해야 한다는 윤리가 이미 여기 자리합니다.

3–4절은 궤사한 혀에 대한 응보 이미지입니다. “궤사한 혀여 네게 무엇을 주며 네게 무엇을 더할꼬. 영웅의 날카로운 화살과 로뎀 나무 숯불이리로다.” 화살은 멀리서도 찌르는 관통력을, 로뎀(비룸) 나무 숯은 오래 타고 뜨겁게 달아오르는 소멸의 열기를 떠올리게 합니다. 시인은 사적 복수를 설계하기보다, 거짓 말이 불러오는 심판의 무게를 시적 상징으로 드러냅니다. 하나님 앞에서 혀는 가벼운 습관이 아니라 책임 있는 행위입니다.

5–7절은 지리적·민족지학적 이미지를 통해 소외감을 극대화합니다. “메섹에 거하며 게달의 장막 중에 머무는 것이 내게 화로다.” 성서 세계관에서 메섹은 북쪽·아나톨리아 방면의 먼 지평과, 게달은 아라비아 북부의 유목 집단과 자주 연결됩니다. 시인이 두 지역에 동시에 주소지를 두었다는 평이한 여행기로 읽기보다, 멀고 이질적이며 말이 통하지 않는 적대적 환경을 겹쳐 그린 문학적 쌍으로 읽는 편이 자연스럽습니다. “나는 화평을 원할지라도 내가 말할 때에 그들은 싸우려 하는도다.” 샬롬을 구하는 자와 전쟁을 좋아하는 자들의 충돌—이것이 오름 노래의 출발선에 놓인 윤리적·영적 긴장입니다.

개혁신학의 시선에서 시편 120편은 ‘좋은 말만 하라’는 교양 지침을 넘어서게 합니다. 언약의 주 앞에서 부르짖는 신자는 거짓 언어의 생태계 속에서도 진리와 평화를 포기하지 않으며, 그 평화의 궁극적 보장을 자신의 힘이 아니라 응답하시는 여호와께 둡니다. 동시에 본문을 그리스도 안에서 읽더라도 이스라엘 순례자의 목소리를 지워 버리는 알레고리로 대체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교회의 순례 정체성—아직 도착하지 못했으나 시온을 향해 가는 백성—이 이 짧은 탄식 안에서 선명해집니다. 거짓이 난무하는 자리에서 입술을 지키며 샬롬을 구하고, 전쟁 같은 말의 문화 한복판에서 하나님께 길을 묻는 것입니다.

따라서 시편 120편을 읽는 유익은 “곧 예루살렘에 도착했다”는 기분에 있지 않습니다. 119편의 토라 빛이 발걸음을 비춘 뒤, 120편은 그 발이 실제로 낯선 장막들 사이를 지날 때 무슨 노래를 부를지를 가르칩니다. 오름 노래의 첫 곡은 승리 행진곡이 아니라, 거짓 혀 앞에서 부르짖고 평화를 붙드는 신자의 정직한 시작입니다. 메섹과 게달처럼 느껴지는 자리에서도 “여호와께 부르짖었더니 응답하셨도다”를 먼저 부를 수 있다면, 그 다음 노래—121편의 도움, 122편의 예루살렘 기쁨—로 이어질 길이 열립니다.

참고자료

  1. Derek Kidner, Psalms 73–150, Tyndale Old Testament Commentaries, IVP Academic.
  2. Leslie C. Allen, Psalms 101–150, Word Biblical Commentary, Thomas Nelson.
  3. Willem A. VanGemeren, “Psalms,” in The Expositor’s Bible Commentary, rev. ed., Zondervan.
  4. John Goldingay, Psalms, Volume 3: Psalms 90–150, Baker Commentary on the Old Testament, Baker Academic.
  5. Nancy L. deClaissé-Walford, Rolf A. Jacobson, and Beth LaNeel Tanner, The Book of Psalms, NICOT, Eerdmans.
  6. Allen P. Ross, A Commentary on the Psalms, Volume 3, Kregel.
  7. Tremper Longman III, Psalms: An Introduction and Commentary, TOTC, IVP Academic.
  8. James L. Mays, Psalms, Interpretation, Westminster John Knox.
  9. Hans-Joachim Kraus, Psalms 60–150, Continental Commentary / OTL tradition, Fortress.
  10. Mark D. Futato, Psalms treatments in evangelical OT introductions/commentaries (ascent collection context).
  11. John Calvin, Commentary on the Book of Psalms, Psalm 120.
  12. C. H. Spurgeon, The Treasury of David, Psalm 120.
  13. Robert Alter, The Book of Psalms: A Translation with Commentary, W. W. Norton.
  14. Song of Ascents collection overviews: standard handbook discussions of shir hama’alot (pilgrimage / temple ascent liturgy).
  15. 성경 본문: 시편 120:1–7; 시편 119; 시편 121–122; 신명기 16:16; 야고보서 3:1–12; 마태복음 5:9; 히브리서 11:13–16; 베드로전서 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