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편 70편 배경지식: 속히 도우소서라는 짧은 탄식의 믿음
시편 70편은 아주 짧지만, 고난 가운데 있는 성도의 기도를 선명하게 보여 주는 탄식시다. 이 시는 “하나님이여 나를 건지소서 여호와여 속히 나를 도우소서”라는 절박한 요청으로 시작한다. 긴 설명보다 먼저 터져 나오는 말은 “속히”라는 간구다. 시인은 자기 상황을 정리할 시간도, 원수를 설득할 여유도 없는 자리에서 하나님께 즉각적인 구원을 구한다.
시편 70편은 시편 40편 13–17절과 매우 가까운 형태를 가진다. 시편 40편에서는 감사와 신뢰의 고백 뒤에 붙어 있는 간구가, 시편 70편에서는 독립된 짧은 기도로 배열되어 있다. 이것은 이스라엘 예배 공동체가 같은 기도문을 다양한 상황에서 다시 사용했을 가능성을 보여 준다. 성경의 기도는 한 번의 개인 감정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님의 백성이 반복해서 자기 언어로 삼는 공동체의 기도가 된다.
표제는 이 시를 “기념하게 하는 시”로 소개한다. 히브리어 배경에서 이 표현은 제사와 기도, 하나님 앞에서 기억되기를 구하는 행위와 연결될 수 있다. 물론 하나님이 잊어버리시는 분이라는 뜻은 아니다. 고난 속의 성도는 하나님께 자기 형편을 ‘기억해 달라’고 호소한다. 이는 언약의 하나님이 자기 백성을 외면하지 않으신다는 믿음 위에서 드리는 간구다.
시인은 자기를 해하려 하는 자들이 수치와 무안을 당하게 해 달라고 기도한다. 이런 표현은 현대 독자에게 거칠게 들릴 수 있지만, 성경의 탄식시는 개인적 복수심을 스스로 실행하라는 허가가 아니다. 시인은 자기 손으로 보복하겠다고 말하지 않고, 악을 공의로 판단하시는 하나님께 맡긴다. 개혁신학적 읽기에서 이런 기도는 하나님의 거룩한 재판권을 인정하고, 억울한 자가 자기 폭력으로 무너지지 않게 하는 믿음의 언어다.
시편 70편의 원수들은 단순히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아하, 아하” 하며 시인의 넘어짐을 조롱한다. 고대 이스라엘 사회에서 조롱과 수치는 개인의 감정만이 아니라 공동체 안의 명예와 생존을 흔드는 일이었다. 성문과 광장, 가족과 이웃의 관계 속에서 조롱은 사람을 고립시키는 힘을 가졌다. 시인의 기도는 그런 공개적 수치 속에서 하나님이 자기 백성의 명예를 다시 세워 주시기를 구하는 호소다.
그러나 시편 70편은 원수에 대한 탄식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주를 찾는 모든 자들이 주로 말미암아 기뻐하고 즐거워하게 하시며”라는 간구는 개인의 구원이 공동체의 찬양으로 이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하나님을 찾는 사람들은 한 사람의 구원 사건을 보며 함께 기뻐한다. 성도의 고난과 회복은 개인적 경험에 머물지 않고, 예배 공동체 전체의 믿음을 세우는 증언이 된다.
“하나님의 구원을 사랑하는 자들이 항상 말하기를 하나님은 위대하시다 하게 하소서”라는 문장은 이 짧은 시의 신학적 중심이다. 시인은 자기 이름이 높아지기를 구하지 않는다. 그는 하나님의 구원이 드러나고, 그 구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을 위대하시다고 고백하기를 원한다. 참된 구원은 고난에서 빠져나오는 사건일 뿐 아니라, 하나님이 누구신지를 새롭게 보게 하는 계시의 자리다.
마지막 절에서 시인은 “나는 가난하고 궁핍하오니 하나님이여 속히 내게 임하소서”라고 말한다. 여기서 가난과 궁핍은 단순한 경제적 상태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하나님 없이는 스스로를 구할 수 없는 존재의 빈곤,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 의존의 상태를 드러낸다. 시편의 가난한 자는 자기 능력과 자원을 자랑하지 않고, 여호와의 인자와 구원을 붙드는 사람이다.
“주는 나의 도움이시요 나를 건지시는 이시오니”라는 고백은 짧은 시 안에서 신앙의 핵심을 압축한다. 시인은 원수의 위협보다 하나님의 정체성을 더 크게 붙든다. 하나님은 추상적인 위로가 아니라 실제로 돕고 건지시는 분이다. 출애굽에서 자기 백성을 건지신 하나님, 다윗을 여러 위기에서 보존하신 하나님, 포로와 남은 자의 소망이 되신 하나님이 이 짧은 기도 안에 호출된다.
시편 70편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더 깊게 읽힌다. 그리스도는 까닭 없는 미움과 조롱을 받으셨고, 십자가에서 사람들의 비웃음 가운데 고난당하셨다. 그러나 그는 악을 악으로 갚지 않고 의로우신 재판장께 맡기셨다. 또한 그의 부활은 하나님을 찾는 모든 자의 기쁨이 되었고, 하나님의 구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하나님은 위대하시다”고 고백하게 하는 결정적 사건이 되었다.
성도는 시편 70편을 통해 길고 정교한 기도를 할 수 없을 때에도 기도할 수 있음을 배운다. “속히 도우소서”라는 짧은 말은 믿음이 부족해서 나오는 조급함만이 아니다. 언약의 하나님이 실제로 들으시고 개입하신다는 믿음에서 나오는 절박한 부르짖음이다. 고난이 길어질 때 성도는 자기 말을 꾸미기보다, 하나님의 도움과 구원을 향해 단순하고 정직하게 부르짖을 수 있다.
그러므로 시편 70편은 작은 시편이지만 약한 기도의 교과서다. 원수의 조롱, 공동체적 수치, 자기 무력함, 속히 임해 달라는 간구가 모두 하나님 앞에 놓인다. 그리고 그 기도는 결국 하나님의 위대하심을 향한다. 오늘 교회도 이 시를 따라, 가난하고 궁핍한 자리에서 주를 찾고, 주의 구원을 사랑하며, 그리스도 안에서 이미 시작된 하나님의 구원을 기다리는 법을 배운다.
참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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